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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렇게 금방 망하지 않아
책도 읽습니다

컨설턴트/임성순

by 최옌데 2019. 12. 10.

 

「스탈린과의 권력싸움에서 패한 트로츠키는 멕시코로 도망친다. 역사가들은 온건한 합리주의자였던 그가 집권했다면 소비에트 연방과 공산주의의 미래는 제법 달라졌을 거라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라이벌에 비해서 충분히 비겁하지도, 냉혹하지도 못했다. 삶은 참 모호한 것이어서 결정적 순간에 한 인간이 지닌 인간적인 장점이 그를 몰락시킨다.」

 

 

「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희 것이요.'

 

이 구절이 나오는 마태복음서보다 먼저 쓰인 누가복음서에서 같은 구절이 등장하는데 그 곳에서는 '심령'이 빠지고 그저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라고 적혀있다. 누가복음보다 나중에 나온 마태복음이 다른 이유는, 복음서를 적은 저자가 일하던 마태오 교회의 신자들이 대부분 부자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누가복음서를 참고했던 저자는 사랑하는 신도들을 천국에 보내기위해 '심령'이라는 구절을 덧붙였다. 이제 부자들에게 천국의 문이 열렸다. 약 2천년후, 이윤 추구가 결코 죄가 아니며 합리적이기만 하다면 충동과 탐욕이 기독교 정신에 부합한다고 주장하는 막스 베버는 부의 축적이야말로 프로테스탄트의 정신에 부합한다고 생각했다. 죄가 아니다. 합리적이기만 하다면. 그 토대위에 지금의 우리 삶이, 회사가 만들어진다. 하여간 우리는 그렇게 천국에 간다. 행복해서 눈물이 날 지경이다.

 

 

자그마한 리뷰 한줌 :)

살인 시나리오를 통해 간접적 암살자로 살아가는 컨설턴트의 이야기. 주인공은 평범한 청년에서 고액 연봉을 받는 실력파 컨설턴트가 되고 회사의 경리 현경과 사귀고 헤어지고, 다시 예린이라는 완벽한 이상형을 만나 결혼을 꿈꾸다가, 현경에 대한 암살의뢰를 받는다. 

책에서 나오는 회사란 돌려읽자면 '사회'이다. 사회적 구조안에 속해서 간접적이든 직접적이든 죄를 짓고 이윤을 추구하는 삶에 의심이 없으며 쉽게 행복과 불행을 구분짓는 일대 다수의 평범한 사람들, 그들 역시 컨설턴트와 다르지 않다는 메세지. '피비린내에 겨운 행복' 그 말 그대로다. 소설을 작가가 인문한적 지식이 풍부하고 그것을 내용과 연결지어 챕터마다 나눈 솜씨가 좋아 가독성이 좋았다. 후반부의 회개와 교훈조의 스토리 구성은 다소 아쉽지만 파괴의 여신 칼라 이야기나 암살단의 역사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는 재미있고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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