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소년 7의 고백
성폭행 범죄에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14세 소년이 진술조사를 받으면서 독백식으로 이야기하는 구조. 불우한 환경에서 '여긴 원래 다 그렇다.'며 특별한 죄의식없이 처벌에 대한 두려움만 가지고 있는 소년의 특성이 현실적이었다. 그래서 소년은 별 생각없이 그냥 지금 이곳을 나가고 싶다는 이유로 경찰의 의도대로 거짓진술을 한다. 소년의 무지한 악의는 무거운 것과 가벼운 것, 해도 되는 일과 안되는 일을 구분하지 못하는 도덕의 부재다. 경찰의 고의적인 악의와 소년의 무지한 악의가 만난 뒷맛이 쓴 단편.
2. 포스트잇
한 청년이 아버지에게 길바닥에서 무참히 살해된 소녀를 위해 마련된 버스정류장 추모 포스트잇에서 끔찍한 욕설이 담긴 포스트잇을 떼려다가 그 모습이 우연히 기자에게 찍히면서 오해를 사고 세상의 비난을 받게 되는 이야기. 이야기 끝에서 실은 그가 살해당하는 당시에 그녀와 맞딱뜨렸고 모든 것을 목격했지만 돕지않고 돌아섰음이 밝혀진다. 그를 따라온 의문의 남자는 세상은 '나와나와나의 세계'이므로 청년은 일생 이 경험과 기억에서 벗어날 수 없으리라고 말한다.
3. 불행한 사람들
수준높고 엄격한 영어교육기관에서 '복도쌤' '말뚝'이 되어 그저 안내하고 목격하는 것만을 강요받는 불행한 아르바이트를 하는 주은의 이야기. 그리고 비슷한 환경에서 항상 자기불행을 푸념하면서 상대의 불행을 투정으로 끌어내리는 친구 화진.
화진: "아니, 꼬마관장말야. 내가 꼬마관장이라면 수치스러워서 당장 때려치울텐데, 그렇게 떠들어대더라고. 웃기고 있네. 꼬마관장이 수치나 부끄러움을 알 것 같아? 그 사람은 몰라. 그 사람 세계에서는 그게 당연하거든. 당연한 자리의, 당연한 무능이거든. 꼬마관장 말이야. 그냥 해맑아. 진짜 해맑아. 남이 자기를 무시하든 말든 관심도 없어. 꼬마관장이니 자동인형이니 직원들이 암만 떠들어대도 그사람은 있지, 행복하게 매일매일 잘만 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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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은: " 우리 만나지 말까. (...) 아니, 너랑 만나면 나는 늘 불행해져. 널 만나서 이야기하는 동안 불행이 내 등이랑 옆구리에 박음질되는 것 같아. 네가 다리미로 불행을 꾹꾹 눌러붙여준 것만 같아. 넌 내 친구고, 사회에 잘 적응한 사람이고, 현실과 성공적으로 타협한 사람인데 나는 네가 너무 무거워. 사람이니 그럴 수 있다고? 살다보면 그런 일도 생기지 않느냐고? 그래. 그럴 수 있어. 근데 그러지 않는게 사람아니니.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하는게 사람아니야? 그게 뭐든. 그러지 않으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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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꾸 길 한복판에서, 세상을 이루는 많은 곳이 복도였음을 깨닫고 있었다. 스쳐지나가는 것 이상의 의미를 두어서는 안되는 공간이 존재한다는 것을 나는 자꾸 잊고, 새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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